"하얀색 솜뭉치 같은 강아지 키우고 싶어요." "웰시코기 엉덩이가 너무 귀여워서 입양하려고요."
제가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분들을 보면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며 말리고 싶습니다. 강아지는 진열장에 놓인 인형이 아니라, 각각 다른 에너지 레벨과 본능을 가진 생명체이기 때문입니다. 내 생활 패턴과 맞지 않는 강아지를 입양하는 것은, 나에게도 강아지에게도 15년짜리 고문을 시작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오늘은 예쁜 외모 뒤에 숨겨진 현실적인 고려사항, 즉 나의 주거 환경, 활동량, 경제적 여건에 따라 어떤 성향의 강아지가 맞는지 분석해 드립니다.
1. 당신의 활동량을 냉정하게 평가하세요 (에너지 레벨)
가장 중요한 기준은 '산책을 얼마나 시켜줄 수 있는가'입니다.
집순이/집돌이 타입: 주말에 소파에 누워있는 게 행복하고, 하루 30분 산책도 버거운 분들이라면 '활동량이 적은' 견종을 찾아야 합니다. 보통 시추, 페키니즈 등이 비교적 에너지가 낮고 느긋한 편입니다. 이런 분들이 비글, 코카스파니엘, 잭러셀 테리어 같은 '에너자이저'를 데려오면 집안 가구가 남아나지 않습니다. 강아지가 나빠서가 아니라, 에너지를 풀 곳이 없어서 집을 부수는 겁니다.
아웃도어/운동 마니아: 매일 러닝을 하거나 등산을 즐긴다면 활동량이 많은 리트리버, 보더콜리, 혹은 믹스견 친구들이 최고의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실외 배변을 하겠다고 나가자고 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2. 주거 환경: 아파트인가 마당인가? (소음 문제)
한국의 아파트 환경에서는 **'짖음'**이 가장 큰 갈등 요소입니다. 무조건 덩치가 작다고 조용한 것은 아닙니다. 포메라니안, 스피츠 계열, 치와와 등은 체구는 작지만 소리에 매우 민감하고 짖음이 날카로운 편입니다. 방음이 잘 안 되는 빌라나 오피스텔에 산다면 이 점을 깊이 고려해야 합니다.
반면, 덩치가 큰 대형견은 짖는 소리는 웅장하지만 헛짖음(이유 없이 짖는 것)은 소형견보다 적은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좁은 실내에서 대형견 꼬리가 한번 흔들리면 물건이 다 떨어지는 물리적 공간의 한계가 있겠죠.
"우리 집은 좁으니까 작은 개"라는 공식보다는, **"우리 집은 방음이 안 되니까 둔감한 성격의 강아지"**를 찾는 것이 더 현명한 접근입니다.
3. 털 빠짐과 관리 비용: 현실적인 '돈'과 '노동'
털 뿜뿜 파: 웰시코기, 시바견, 스피츠, 포메라니안. 이중모 견종들은 털이 빠지는 게 아니라 '뿜어져' 나옵니다. 검은 옷을 포기해야 하고, 밥 먹다가 국에서 털이 나오는 걸 감수해야 합니다. 대신 미용비는 상대적으로 덜 듭니다.
미용 필수 파: 푸들, 비숑 프리제, 말티즈. 털이 덜 빠지는 대신 털이 계속 자랍니다. 빗질을 매일 안 해주면 털이 엉켜 피부병이 생기며, 한두 달에 한 번씩 전문 미용(회당 5~10만 원 이상)을 받아야 합니다.
알레르기가 있거나 청소를 싫어한다면 털 빠짐이 심한 견종은 절대 피해야 합니다. 귀여운 외모만 보고 데려왔다가 가족의 비염 때문에 파양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4. 꼭 '품종견'이어야 할까요?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특정 품종(브리드)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말티즈는 참지 않는다"라는 밈이 있지만, 세상 모든 말티즈가 사나운 건 아닙니다. 혈통보다는 **'개체별 성격'**이 훨씬 중요합니다.
특히 유기견 보호소에 있는 수많은 믹스견(하이브리드견)들은 유전병 위험이 품종견보다 낮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무조건 갈색 푸들만 키울 거야"라고 정해두기보다, 보호소에 가서 직접 눈을 맞추고 교감해 보세요. 나와 주파수가 맞는 강아지는 따로 있습니다.
결론: 룸메이트를 구한다고 생각하세요
강아지 입양은 예쁜 그림을 사서 벽에 거는 게 아닙니다. 말 안 통하고, 똥 오줌 싸고, 가끔은 시끄러운 룸메이트를 15년 계약으로 들이는 일입니다.
내 욕심으로 활동량 많은 아이를 좁은 방에 가두지 마세요. 내 게으름으로 털 관리 필요한 아이를 방치하지 마세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강아지의 행복을 위해서 나의 환경과 어울리는 친구를 찾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요약 및 체크포인트]
에너지 총량 법칙: 나의 활동량과 강아지의 에너지 레벨이 비슷해야 서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주거 소음 고려: 아파트 거주 시 헛짖음이 많은 견종(스피츠 계열 등)은 훈련이나 환경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
털 관리의 현실: 털 빠짐을 감당할 것인가(청소), 미용비를 감당할 것인가(비용)를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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