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우리는 강아지를 입양하기 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들을 통해 마음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책임감을 장착했다면, 이제는 현실적인 ‘공간’을 준비할 차례입니다. 많은 예비 견주분들이 입양 날짜가 정해지면 설레는 마음에 예쁜 옷이나 장난감부터 장바구니에 담곤 합니다. 하지만 제가 수많은 강아지를 임시 보호하고 키워보면서 느낀 건, 당장 필요한 건 ‘예쁜 것’이 아니라 ‘안전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강아지가 집에 오자마자 설사병에 걸리거나, 온 집안 전선을 물어뜯어 감전 사고가 나는 일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오늘은 강아지가 오기 전, 집안 환경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그리고 상업적인 광고를 배제하고 정말로 필요한 ‘생존 필수품’은 무엇인지 경험을 담아 정리해 드립니다.
1. 강아지 울타리, 가두는 게 아니라 ‘안전 가옥’입니다
처음 강아지를 데려오면 “불쌍하게 어떻게 울타리에 가둬?”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초기 울타리(또는 안전 펜스) 설치는 강아지를 위한 ‘방’을 만들어주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낯선 환경에 처음 떨어진 강아지에게 30평짜리 아파트 거실은 너무 광활하고 두려운 공간입니다. 사방이 뚫려 있으면 강아지는 불안감을 느껴 구석으로 숨거나, 배변 실수를 남발하게 됩니다. 거실 한편에 펜스를 쳐서 밥그릇, 물그릇, 방석, 배변 패드를 넣어두고 “여기가 네 집이야, 여기서 쉬면 아무도 너를 건드리지 않아”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저의 경우, 처음 1~2주간은 잠잘 때나 제가 외출할 때 반드시 울타리 안에 넣어두었습니다. 이는 강아지의 심리적 안정뿐만 아니라, 보호자가 보지 않을 때 이물질을 삼키는 사고를 100% 예방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2. 미끄럼 방지 매트, 선택이 아닌 관절의 생명줄
한국의 주거 형태는 대부분 마루나 장판입니다. 사람에게는 편하지만, 강아지에게는 빙판길과 다름없습니다. 특히 소형견(말티즈, 포메라니안, 푸들 등)은 선천적으로 슬개골 탈구에 취약한데, 미끄러운 바닥에서 공놀이를 하거나 뛰다가 다리가 삐끗하는 순간 평생 다리를 절게 될 수도 있습니다.
입양 전, 강아지가 주로 생활할 거실과 복도에는 반드시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아야 합니다. 꼭 비싼 애견 전용 매트가 아니더라도 좋습니다. 퍼즐 매트나 러그라도 깔아서 마찰력을 만들어주세요. 제가 겪어본 바로는, 수술비 수백만 원을 쓰는 것보다 초반에 매트값 몇십만 원을 투자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강아지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길입니다.
3. 식기류와 사료 선택의 기준 (플라스틱은 피하세요)
밥그릇을 고를 때 예쁜 디자인의 플라스틱 그릇을 많이 사시는데, 저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플라스틱은 미세한 스크래치가 잘 생기고, 그 틈으로 세균이 번식하기 쉽습니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 강아지들은 이로 인해 턱 밑 피부병이나 장염이 올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도자기(세라믹)나 스테인리스 소재입니다. 열탕 소독이 가능하고 스크래치에 강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밥그릇의 높이도 중요합니다. 바닥에 납작하게 놓고 먹으면 소화 불량이 오거나 목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강아지 어깨 높이 정도 오는 식탁을 함께 준비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사료는 입양해 오는 곳(보호소나 분양처)에서 먹이던 것을 그대로 받아오거나 같은 브랜드로 시작해야 합니다. 갑자기 좋은 사료를 먹이겠다고 바꾸면 십중팔구 설사를 합니다. 사료 교체는 집에 적응하고 나서 일주일에 걸쳐 서서히 진행해야 합니다.
4. 배변 패드와 이동장 (캔넬)
배변 패드는 생각보다 많이 씁니다. 처음에는 '아끼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넉넉히 준비하세요. 향기가 너무 강한 제품보다는 흡수력이 좋은 기본형이 낫습니다. 강아지들은 후각이 예민해서 인위적인 레몬 향이나 꽃향기를 싫어해 패드를 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동장은 천으로 된 슬링백도 필요하지만, 딱딱한 플라스틱 재질의 **'켄넬'**을 하나 구비해 두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켄넬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집안에서 문을 열어두고 간식 등을 넣어주며 "가장 안전한 동굴"로 인식시켜야 합니다. 나중에 병원에 가거나 차를 탈 때, 켄넬 훈련이 되어 있는 강아지는 스트레스를 훨씬 덜 받습니다.
5. 위험 요소 제거: 강아지 눈높이에서 기어 다녀보세요
준비물을 다 샀다면,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바닥 청소'**입니다. 단순히 먼지를 닦는 게 아니라, 강아지 눈높이인 바닥 20cm 시선에서 위험한 물건을 치워야 합니다.
전선: 씹으면 감전됩니다. 전선 정리 튜브(다이소 등에서 구매 가능)로 감싸두세요.
떨어진 알약, 고무줄, 머리핀: 어린 강아지는 호기심에 무조건 입으로 가져갑니다. 장 폐색의 주원인입니다.
화분: 잎사귀를 뜯어먹으면 독성이 있는 식물이 많습니다. 높은 곳으로 올리세요.
사람 음식: 초콜릿, 포도, 양파 껍질 등이 바닥에 떨어져 있지 않은지 확인하세요.
환경 준비가 곧 사랑입니다
강아지를 맞이하는 것은 귀여운 인형을 사는 것이 아니라, 말 안 통하는 3살짜리 아이를 데려오는 것과 같습니다. 미리 환경을 안전하게 만들어두지 않으면, 사고가 났을 때 강아지를 혼내게 됩니다. 강아지의 잘못이 아닌데 말이죠.
준비된 환경은 보호자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강아지가 더 빨리 집에 적응하도록 돕습니다. 물건을 채우기보다 위험을 비우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요약 및 체크포인트]
초기 울타리 사용: 가두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안전 가옥' 개념으로 접근해야 함.
바닥재 필수: 미끄러운 마루는 관절에 치명적이므로, 미끄럼 방지 매트나 러그 설치가 필수.
식기는 위생적으로: 세균 번식이 쉬운 플라스틱 대신 열탕 소독 가능한 도자기나 스테인리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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